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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카메디아 C-70Z Olympus Camedia C-7000Z

제 두번째 디지털 카메라 (이하 디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Olympus Camedia C-7000 Zoom

Olympus Camedia C-7000 Zoom

Olympus Camedia C-7000 Zoom (이하 C-7000 Z) 입니다. 한국과 유럽에서는 Olympus Camedia C-70 Zoom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되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C-7000 Z은 제 두번째 디카가 맞긴 하지만 제 소유는 아닙니다. 아버지가 미국에 체류 중일 때 구입한 가족용 디카죠. (C-7000 Z님께서는 지금까지 현역 가족용 디카로 뛰고 계십니다. 님 수고염.) 그런데 가족 행사가 잦은 집이 아니라서 대체로 제가 여기저기 들고 다니면서 썼습니다.

제 첫 디카 Ricoh Caplio RR120과 (이하 RR120) 비교했을 때 C-7000 Z은 장점이 참 많은 디카입니다. 7백만 화소급에 (저는 디카를 고를 때 화소수를 따지는 편은 아닙니다만) 전용충전지를 이용하는데 그 사용시간이 RR120에 비해 매우 길고 저장매체도 (xD picture card) 안정성이 있는 편입니다. 덕분에 사진을 PC로 옮기다가 분실한다거나 날짜가 틀린 사진이 있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죠. 게다가 수동 설정도 다양하게 지원하는데 한번도 써본 적은 없지만 사진을 RAW 파일로 저장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는 너무 작고 얇은 디카는 조작이 불편해서 싫어하는 편인데 C-7000 Z은 적당히 두툼한 것이 손에 잡히는 느낌도 괜찮습니다. 매우 무겁거나 손이 작은 사람은 쓰기 힘들다거나 하는 느낌도 없습니다. 튼튼해 보이는 것이 듬직해 보이기도 합니다.

단점으로는 우선 어두운 곳에서 촛점을 잘 못 잡는 점을 꼽고 싶네요. 어두운 곳에서 찍은 사진 중에 흔들린 사진이 꽤 있습니다. 실내 혹은 야경 촬영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부담이 되는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풍경 촬영에 쓰기 좋도록 화각이 넓은 것도 아닙니다. (35mm 환산시 38mm ~ 190mm) 파노라마 기능이 있지만 구색만 갖춰놓은 느낌입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삼각대를 이용해서 촬영한 뒤에 디카와 함께 제공되는 전용 소프트웨어로 합치는 방식인데 사진 편집을 조금만 할 줄 안다면 굳이 전용 소프트웨어나 파노라마 기능을 쓸 필요가 없고 그마저도 저장매체가 올림푸스 정품이 아니면 파노라마 기능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xD picture card는 최대 용량이 512MB로 (나중에 최대 2GB로 개선된 제품이 나왔지만) 사진을 많이 찍는 분들에게는 여러 장 구매가 필수였는데 다른 회사 제품보다 유별나게 뛰어나지도 않은 올림푸스 제품을 파노라마 기능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강매한다는 점이 참 마음에 안 듭니다.

결론적으로 제게 C-7000 Z은 나쁜 디카는 아니지만 매력적인 디카도 아닙니다. 심각한 단점도 없고 그만큼 눈에 띄는 장점도 없는 (개성이 없다고 해야할까.) 아주 무난한 디카입니다. 가족용 디카로 쓰기에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아버지, 잘 고르셨어요.) C-7000 Z으로 찍은 사진 몇 장 올리면서 이 글은 접을까 합니다. 사진은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후보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리코 카플리오 RR120 Ricoh Caplio RR120

(한일 월드컵이 있었던 해네요.) 2002년, 한창 2백만 화소급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가 (이하 디카) 시장에 풀리고 있었습니다. 누리집 만들기가 열풍이었고 (제가 미로네를 연 것도 같은 해입니다.) 이는 디카 보급과 맞물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누리집에 올리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누리집을 막 만든 저도 대세를 따라 디카를 사기로 했죠.

그때 전 휴대하기가 쉽고 깔끔한 모양새와 돌아가는 렌즈 등으로 당시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Nikon Coolpix 2500을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강변 테크노마트에 갔습니다.

Nikon Coolpix 2500

Nikon Coolpix 2500

그런데 테크노마트는 참 신비로운 곳입니다. 테크노마트를 나와서 정신을 차려보니 Coolpix 2500을 사러 갔던 제 손에는 이런 녀석이 들려 있었습니다.

Ricoh Caplio RR120

Ricoh Caplio RR120

저는 왜 뜬금없이 Ricoh Caplio RR120을 샀을까요? 제가 매장에서 Coolpix 2500을 찾자 그거보다 더 좋은 물건이 있다면서 판매상이 보여준 것이 바로 RR120이었습니다. 저는 제조사가 생소한데다가 투박하게 생긴 RR120을 보고 고개를 저었습니다만 이 판매상은 포기하지 않고 직접 사진을 찍어서 제게 보여줬는데 그 사진이 어찌나 선명하던지…. (그 판매상은 디카 초짜를 한 눈에 알아보고 이윤이 많이 남는 모델을 팔려는 심산이었지만.) 덕분에 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RR120이라는 디카를 사진 한 장과 판매상의 말만 믿고 덜컥 사게 됐습니다.

생애 첫 디카, RR120과 저는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저는 필름 사진기를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생애 첫 사진기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겠군요.) 하지만 첫 디카가 생겼다는 두근거림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RR120은 AA 건전지 4알을 필요로 했는데 고가의 2000mAh 건전지를 써도 사용시간이 채 30분을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건전지를 갈 때마다 날짜와 시간을 다시 맞춰줘야 했죠. 이게 꽤 귀찮아서 나중에는 그냥 시간도 안 맞추고 쓰게 되더군요. 덕분에 RR120으로 촬영한 사진들은 언제 찍었는지 모를 사진들이 좀 있습니다. (그나마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는 사진은 300여장 남짓이네요.)

이런 실망스러운 전력 소모율을 가진 RR120을 제가 계속 쓴 이유는 단 하나, 매장에서 처음 본 순간부터 저를 사로잡은 선명한 화질 때문이었습니다.

RR120으로 찍은 사진 중에 몇 장을 추려서 올려봅니다. 참고로 이 사진들은 자동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찍었으며 아무런 후보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촬영 장소는 제14회 (혹은 15회. 지금은 알 길이 없네요.) 여주 도자기 박람회장입니다. 처음 3장은 차양막이 설치된 실외에서, 나중 2장은 실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제 눈에는 요즘 쓰이는 보급형 디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결론적으로 RR120은 전력 소모율을 제외하면 썩 괜찮은 디카였습니다. 제조사가 국내에서 그다지 인지도 있는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동급 타사 기종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했던 것도 장점이었죠. (이 점이 제가 두번째 디카를 고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기술외적인 불만이 하나 있었는데 제조사 인지도가 떨어지는 덕분에 아래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카메라 어디 거에요?

미: (웃, 또 물어본다.) 리코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니콘요?

미: 아뇨. 리코…. 왜 그, 신도리코라고 복사기 파는 회사 있죠? 그게 리코라는 일본 회사 제품을 신도전자라는 곳에서 수입해다가 파는 거거든요. 아남니콘이나 롯데캐논 같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위와 같은 상황이 여러번 발생했습니다. 제조사의 사정 설명을 소비자가 해줘야 하는 판이라니….

RR120은 제 첫 디카이자 많은 추억을 기록하게 해 준 고마운 녀석입니다. 저장장치가 마치 예전에 쓰던 플로피 디스켓마냥 부실해서 많은 추억을 잃기도 했지만요. 본가에 있는 제 방 어딘가에는 아직 RR120이 잠들어 있습니다. 언젠가 한번 꺼내서 사진 몇 장 찍어봐야겠네요.